게임이 주는 '재미'란 무엇일까?

재미란 무엇일까?


우리가 게임을 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단언컨데 '재미'를 위함일 것이다. 누군가는 게임이 업Job 이기 때문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재미를 위해 한다. 단지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한다고 반박할지라도 재미없는 게임은 시간때우기도 못한다. 하다가 재미가 없어질 수는 있지만 처음 입문 이후 재미로 인해 빠져들게 된다.우리는 '재미'를 감각적으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현실은 '재미'만을 느끼기에 각박한 환경이기 때문에 우리는 재미를 위해 태어난 게임이란 존재를 사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재미'를 만드는 게임 제작자들은 어떻게 재미를 만들어 내는 것일까? 혼자 취미로 만드는 게임이면 모를까 넥슨, NC, 크래프톤 등과 같이 큰 조직에서는 그저 감각에 의존하여 재미를 만들어 낼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재미를 검증하기 위해 기획서를 작성하며 레벨디자이너 같이 재미를 만들어내기 위한 직무가 존재하기도 한다. 


도파민과 재미(쾌감)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면 쾌감을 느끼게 되고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도파민은 새로운 상황에 처하거나 목표를 달성할 때에 분비된다. 그렇게 도파민으로 자극되면 우리는 계속 그 게임을 찾게 되고 빠져든다. 다양한 방법으로 도파민을 분비하도록 자극할 수 있지만 게임에서 자주 사용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방법 1. 새로운 상황에 처하게 하라.

새로운 상황에 처했을때 도파민의 분비는 활성화 된다. 새로운 상황은 호기심 유발시키고 유발된 호기심은 의욕을 불러 일으킨다. 그러므로 게임은 새로운 경험의 연속이어야 한다. 새로운 경험이 없으면 유저는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고 새로운 경험 이외의 모든 영역이 만족스럽더라도 그 새로움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면 유저는 게임을 접게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라이브 게임의 신규 패치는 필수적이다. 게임이 아닌 소프트웨어나 건설, 실물 제품과 같은 경우 패치란 유지, 보수, 보완의 개념이 강하겠지만 온라인 게임과 같은 경우 유저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기 위한 목적이 크다. 

새로운 상황을 제공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1) 컨텐츠(Contents)

가장 명확한 방법이다. 신규 던전, 신규 월드, 신규 맵 등 유저에게 공간을 제공하거나 신규 스킬, 신규 캐릭터, 신규 아이템 등을 통해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유저가 가장 직관적으로 자극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효과가 좋지만 게임 제작자 입장에서는 매번 아이디어를 짜느라 힘들고 구현하는 데에 리소스가 많이 투입되기 때문에 컨텐츠 고갈이라는 부담감 속에 떨게 된다.

고인물유저
컨텐츠 고갈에 도달한 유저.jpg

2) 소셜 (Social)

온라인 게임에서 사용되는 방법으로 불특정한 사람들과 상호작용 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단순히 커뮤니케이션에서 오는 재미는 기본이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내가 A라는 행동을 취했더라도 상대방으로부터 얻게되는 피드백은 모두 제각각일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이 연출된다는 점이다. 상대방이 적일 경우 다양한 방법의 공방 주고 받게 된다. 아군일 경우에도 내가 공격받는 상황에 팀원이 나를 회복해 줄지 내가 죽기 전에 상대를 처치해 줄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3) 내러티브(Narrative)

블리자드가 가장 잘 사용하는 방법이다. 시네마틱 영상이나 컷씬 연출과 같은 방법이 내러티브 요소에 해당된다. 특히나 미연시처럼 내러티브로 재미의 승부를 보는 게임도 존재한다. 이야기는 우리가 더욱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고 게임의 메카니즘에 당위성을 제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왜 A마을을 먼저 들려야 하는가, 왜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가 등 억지스러운 설정도 내러티브 요소를 통해 자연스럽게 유저에게 수용될 수 있다. 재미를 주는 구조 자체는 위의 컨텐츠에서 주는 방법과 비슷하지만 경험하는 유저의 입장에서는 상이하다. 컨텐츠의 경우 직접 경험의 성향이 강하지만, 내러티브 요소의 경우 설정이나 배경을 일방적으로 유저에게 전달하기 때문에 유저는 간접 경험 위주로 재미를 느끼게 된다는 점이 다르다.


* 단, 새로운 경험은 언제나 우리가 갖고 있는 배경 지식의 연장선이어야 한다. 너무나 뜬금없고 유저가 이해하기 힘든 것들은 재미보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유발하게 된다. 아무리 참신하고 심오한 내용을 전달하고 싶어도 차근차근 빌드업 해가며 유저가 수용할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판타지 장르는 언제나 검과 마법이 등장하며 스토리를 빠르고 쉽게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설정 중 하나로 애용되고 있다. 또한 게임을 시작하면 튜토리얼부터 진행하여 게임 조작법 등을 유저가 차근차근 익혀 나가도록 돕는다. 그래야 유저는 게임을 오래 지속할 수 있다.


방법 2. 성취감을 제공하라

1) 아바타의 성장

RPG게임에서 중요한 재미 요소이다. 아바타Avatar, 캐릭터의 성장은 현실에서 느끼기 힘든 성취감을 제공해준다. 객관적인 나의 위치, 앞으로 얼만큼 해야 어디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수치로 알 수 있다. 또한 급속하게 성장하며 이전에 할 수 없었던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캐릭터 고유 개체의 스테이터스 뿐만 아니라 아이템이나 더 나아가 아무런 효과가 없는 칭호나 업적 등 유저가 만족할 수 있는 요소라면 무엇이든 아바타의 성장이라 할 수 있다. 

2) '나'의 성장

앞서 캐릭터의 성장과 함께 '나'의 성장 역시 성취감을 자극시키는 데에 중요하다. 상대방의 아이템이 훌륭하더라도 나의 실력으로 상대방을 압도하는 것은 엄청난 쾌감을 얻게 한다. FPS나 RTS와 같이 피지컬적인 측면의 실력만이 나의 성장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경험 역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요소이다. 예를 들어, '이 함정은 OO하여 건너가야해' 처럼 시행착오를 겪으며 패턴을 파훼하고 스테이지를 공략할 수 있는 지식이 축적되는 것도 '나'의 성장이라 할 수 있다. 유저의 성장이 정체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자극받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고난을 제공함과 동시에 유저가 지나친 어려움으로 좌절하지 않도록 단계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난이도 조절이 고려되어야 한다. 

다음 공략
시행 착오를 통해 파훼법을 습득한다. 

3) 목표 지점

성취감은 목표를 달성했을때 찾아오는 행복이다. 목표점, 끝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성취감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유저에게 가시적인 끝이 존재해야 그것을 목표로 삼고 노력할 수 있게 된다.  패키지 게임들은 엔딩이라는 끝이 존재하기 때문에 나만의 페이스대로 진행해 나가며 안정적인 성취감을 얻을 수 있지만 타인과 비교, 경쟁하게 되는 온라인 게임과 같은 경우 후발주자라도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중간지점이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선발 주자가 아득히 먼 곳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그 중간 지점을 견인해주는 조정(초보자 패스, 복귀 유저 지원 등)도 필요하다.

그리고 롤과 같은 게임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앞서 말한 '아바타'와 '나'의 성장이 매판 게임에 한정되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성장에 대한 종점이 기껏해야 1시간 남짓한 시간에 한정되니 그만큼 필요되는 집중력의 역치가 낮다. 성취감에 수반되는 노력의 집중력이 짧기 때문에 고통을 덜 느낄 수 있다. 

* 무엇인가를 성취하는 과정은 인내심이 약하거나 해당 게임에서 얻는 도파민의 자극이 부족한 경우 쉽게 포기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장 곡선에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중간중간 방점을 자주 찍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한 관점으로 디아블로나 로스트 아크의 경우 필드 중간에 워프포인트가 존재하여 탐험 과정에 마침표를 찍으며 쉬어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하였다. 방대한 메인 퀘스트도 잘게 쪼개어 지속적으로 보상을 제공하며 유저의 이탈을 방지한다.

방법 3. 운의 개입

운의 개입은 지금까지 말한 '새로운 상황'과 '성취감', 양쪽 측면에 영향을 주는 요소이다. 운으로 인해 지금까지의 양상이 급격하게 변하는 터닝포인트가 되는 경우 '새로운 상황'을 극적으로 제공하게 된다. 또한 뜻하지 않은 방법으로 쉽게 보상을 얻게 되기 때문에 보다 많은 성취감을 얻게 된다. 종종 유저가 버그를 악용하거나 핵을 사용하는 이유는 또한 보상을 쉽게 얻기 위함이다. 그만큼 우리는 본능적으로 어떻게든 쉬운 길로 가기 위해 노력한다. 운이라는 요소는 합법적으로 쉬운 길로 도달할 수 있게 하니 유저를 강한 도파민 자극에 빠지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운이라는 요소에 지나치게 치우친 게임은 도박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으므로 뭐든 그렇듯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게임의 재미를 위한 분석은 4 keys to fun이라는 개념으로 분석되어 있는 자료도 있다. 

지금까지 내가 말한 내용은 나만의 기준을 통해 배열한 것일 뿐이며 상기에 제시한 원칙이 꼭 들어맞지 않을 수도 있고 이보다 더욱 많은 방법론들 또한 존재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 디자이너로서 자신만의 재미 이론을 세워야 조직으로서 게임을 기획할 때 상대방을 설득하고 납득시킬 수 있는 기둥이 될 수 있다.

4 keys to f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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